Unconcious girl
지난 주 수요일 퇴근 지하철 안에서, 눈앞에서 여자아이가 기절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주 천천히, 마치 오랬동안 서있다가 지겨워져서 바닥에 누우려는 것처럼 스르르 부드럽게 허물어지더라. 허둥지둥 MP3를 뽑고나서 , 어떻게든 우선 CPR이라는 걸 해야겠다라는 걸 떠올려내, 호흡을 확인하고 맥을 짚으려는데 갑자기 눈을 떠서 엄청 놀랐다. 그때 나는 머리쪽에 쪼그리고 앉아서 귀를 코에 대고 있던 상태였으니, 다시 얼굴을 들여다 봤을 때 장면을 대충 생각해보면 된다.
여하튼, 괜찮냐는 질문에 대답도 하고 의식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여서, 의자에 들어다 앉힌 후,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렸다. 뭐 그 애가 조금 만 더 귀여웠으면 안 내렸을 수도 있겠지, 너무 뭐라하진 마, 원래 진화란게 그런거야.
그건 그렇고 사람이 쓰러졌는데도,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들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쓰러지는 방향에 닿지 않기 위해 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학생시절엔 종종 기절하곤 했다. 약에 취해서일때도 있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숨쉬는 걸 잊어서 그랬을 때도 있었다. (이게 말이 되느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한테는 엄연한 사실이다. 뭔가에 집중하면 숨쉬는 것을 자주 잊는다.)
공공적인 장소에서 기절을 경험하는 것은 상당히 수치스럽고 당황스러운 일이다. 소녀들이 비록 아침 조례시간에 그토록 간절히 기절해 보길 바라긴 하겠지만, 사실 그것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특히나 의식만이 유일한 존재의 증거로 남은 사람들에겐 더욱 더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