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Essay’ Category

멍멍멍

Sunday, July 27th, 2008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현재를 살아야 하고,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과거와 미래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을 어디선가 봤다.

(사실 살인의 해석이라는 책에서 읽었지만 고작 스무 페이지 정도만 읽었을 뿐이라, 이 문장이 어떤 비중을 가지는 건지는 모르겠다.)

토요일도 출근해야 하는 불쌍한 그 애가 출근하기 전에 물을 받고 입욕제(정확히 뭔진 잘 모르겠지만)를 풀어 놓은 욕조에서 졸면서, 그 말을 곰곰히 생각해 봤다. 기뻤던 추억이래야 그 자체가 과거이고, 언제나 관계의 끝은 좋을리가 없거나 좋게 포장된 것에 불과할 뿐이니 사실 마지막 기억은 대게 그러한 모습일테지. 거절당한 소원들을 언제까지나 안고서 살아갈 수는 없지만, 그러한 것들을 잊고 살아가는 나 역시 용서할 수는 없다.

단순하고 간단한 욕망에 복잡한 해석은 필요 없다. 단지 즐거울 뿐이라면, 행복할 뿐이라면, 그 이상 발을 내딛을 필요는 없다. 그것만으로 오는 공허함의 무서움 때문에 여러가지 복잡한 말로 기워 덧대 보지만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결론이 있다.

인간은 진실한 인생의 의미도 사랑도 행복도, 아무것도 허락받지 않은 존재다. 그 어떤것도 영원에 닿지 못한다.

그래도 반쯤 녹은 알약과 피를 토하며 일어나는 아침보다, 펠라치오로 눈 뜨는 아침이 조금 더 낫기는 하다.

어쨌든 그러다가 Bump of Chicken 의 꽃의 이름이란 노래를 좀 들었는데…

누구나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 누구나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걸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
언제나……

오늘은 정말 기린이 보고 싶었는데. 기린도 날 기다렸을까.

망할놈의 멍청한 기상청 새끼들. 씨발 아무거나 골라 말해도 니들보단 낫겠다.

이렇게 또 무의미한 기록이 생겨났다.

코엑스 아쿠아리움

Sunday, July 20th, 2008

뉴스에서 아프고 밥도 안먹었다 하여 걱정하며 오랜만에 다시본 바다 거북이는 여전히 건방진 눈길로 사람들을 내려다 보며 유유히 헤엄치고 있어서 살짝 열받으면서 기뻤고, 5cm 남짓 이었던 피라니아 떼는 이젠 손바닥 만해진 체로 흉흉한 광채를 내뿜으며 헤엄치고 있었다.

여전히 수달님들은 가까이서 헤엄쳐 주시지 않고 ㅠ_ㅠ, (대신 귀차니즘의 극에 달한 뒹굴거리기로 위로해 주시긴 했다.) 새 식구들인 펭귄들은 정말로 만화처럼 서서 조는게 볼만했다. (졸다 물에 빠지길 무지하게 기대했지만… 빠지진 않았다) 부레가 없는 까닭에 계속해서 헤엄쳐야만 하는 상어는 계속해서 헤엄치고 있었고

처음 수족관을 와봤다는 그애는 왠지 울었다.

그리고 나는 다리가 아파지기 전까지, 내내 수족관 앞에 씌여진 이름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들인가 생각했다.

Unconcious girl

Sunday, June 29th, 2008
Unconcious Girl

drunknen girl

지난 주 수요일 퇴근 지하철 안에서, 눈앞에서 여자아이가 기절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주 천천히, 마치 오랬동안 서있다가 지겨워져서 바닥에 누우려는 것처럼 스르르 부드럽게 허물어지더라. 허둥지둥 MP3를 뽑고나서 , 어떻게든 우선 CPR이라는 걸 해야겠다라는 걸 떠올려내, 호흡을 확인하고 맥을 짚으려는데 갑자기 눈을 떠서 엄청 놀랐다. 그때 나는 머리쪽에 쪼그리고 앉아서 귀를 코에 대고 있던 상태였으니, 다시 얼굴을 들여다 봤을 때 장면을 대충 생각해보면 된다.

여하튼, 괜찮냐는 질문에 대답도 하고 의식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여서, 의자에 들어다 앉힌 후,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렸다. 뭐 그 애가 조금 만 더 귀여웠으면 안 내렸을 수도 있겠지, 너무 뭐라하진 마, 원래 진화란게 그런거야.

그건 그렇고 사람이 쓰러졌는데도,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들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쓰러지는 방향에 닿지 않기 위해 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학생시절엔 종종 기절하곤 했다. 약에 취해서일때도 있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숨쉬는 걸 잊어서 그랬을 때도 있었다. (이게 말이 되느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한테는 엄연한 사실이다. 뭔가에 집중하면 숨쉬는 것을 자주 잊는다.)

공공적인 장소에서 기절을 경험하는 것은 상당히 수치스럽고 당황스러운 일이다. 소녀들이 비록 아침 조례시간에 그토록 간절히 기절해 보길 바라긴 하겠지만, 사실 그것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특히나 의식만이 유일한 존재의 증거로 남은 사람들에겐 더욱 더 그렇다.

Drunken Girl

Wednesday, June 4th, 2008

오늘 퇴근길에, 술에 잔뜩 취한 여자분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기에, 아는 사람인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덮쳐와서, 반사적으로 우산으로 머리를 내려 칠 뻔했다. 요즘 세상에는 기분좋게 취하기도 힘든일인데, 조금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